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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이더리움은 왜 오픈소스를 넘어 공공재 펀딩을 실험했나"
published: 2026-05-31T03:05:02.961Z
canonical: https://jeff.news/article/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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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더리움은 왜 오픈소스를 넘어 공공재 펀딩을 실험했나

이 글은 하트블리드 이후 오픈소스 펀딩의 역사를 짚고, 이더리움 생태계가 이를 공공재 펀딩으로 확장한 과정을 설명한다. 깃코인의 쿼드라틱 펀딩, 옵티미즘의 레트로PGF, 프로토콜 길드, 펠로우십 모델까지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비교한다.

##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었다

- 이 글의 출발점은 2014년 하트블리드(Heartbleed)임. 인터넷의 절반을 떠받치던 오픈SSL(OpenSSL)이 사실상 거의 무급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건
  - 오픈SSL의 작은 버그 하나가 웹 서버의 암호화 통신에서 비밀번호와 개인키를 노출시킬 수 있었음
  - 사건 직후 알려진 사실은 더 세게 박힘. 오픈SSL 소프트웨어 재단이 받던 후원금이 연 2000달러 남짓이었다는 것

- 업계가 내놓은 답은 “중요한 오픈소스에는 돈을 대야 한다”였음
  -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리눅스 재단 산하에 코어 인프라스트럭처 이니셔티브를 만들었음
  - 하트블리드는 핵심 인프라가 제대로 평가받지도, 지원받지도 못한 채 돌아간다는 걸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됨

- 오픈소스 펀딩의 역사는 결국 같은 질문을 반복해온 과정임
  - 누가 돈을 대는가
  - 누가 어떤 권한으로 가치 있는 작업을 판단하는가
  - 코드의 중요도와 돈의 흐름이 왜 이렇게 자주 어긋나는가

## 오픈소스 펀딩은 세 번 정도 형태를 바꿨다

- 첫 모델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기반의 기부였음
  - 1985년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 이후, 자유소프트웨어를 믿는 사람들이 FSF나 GNU 프로젝트 같은 조직에 돈을 냈음
  - 작동은 했지만 규모가 작았음. 인터넷 전체 인프라를 떠받칠 정도의 자금 흐름은 아니었음

- 두 번째 모델은 기업 후원 재단임
  - 아파치 재단은 1999년, 모질라 재단은 2003년, 리눅스 재단은 2007년에 지금 형태로 자리 잡음
  - 기업들이 자기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에 돈을 대고, 가치는 재단의 거버넌스 위원회가 판단하는 구조임

- 세 번째 모델은 개인 후원 플랫폼임
  - 깃허브스폰서는 2019년에 나왔고, 오픈콜렉티브와 타이드리프트 같은 플랫폼도 등장함
  - 사용자가 메인테이너에게 직접 후원할 수 있게 됐지만, 중요한 코드보다 눈에 잘 띄는 코드에 돈이 몰리는 문제가 반복됨
  - 2023년에는 주간 다운로드 수가 수천만 회에 이르던 core-js 메인테이너가 생계 곤란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음

> [!NOTE]
> 이 글에서 말하는 공공재는 단순히 무료 코드가 아님. 문서, 교육, 클라이언트 다양성, 연구, 커뮤니티처럼 생태계가 굴러가게 만드는 기반 작업까지 포함함.

## 이더리움은 이 문제를 공공재 펀딩으로 확장했다

- 이더리움 생태계는 오픈소스 펀딩을 ‘공공재 펀딩(public goods funding)’이라는 더 넓은 틀로 다시 풀려고 했음
  - 이더리움 재단(EF)은 2014년 출범 이후 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 곳곳에 자금을 지원해왔음
  - 현재의 Ecosystem Support Program은 여전히 가장 큰 단일 펀딩 채널 중 하나임

- 그 위에 실험적인 펀딩 모델들이 붙기 시작함
  - 깃코인의 쿼드라틱 펀딩(QF)
  - 옵티미즘의 Retroactive Public Goods Funding
  - 프로토콜 길드(Protocol Guild)
  - 여기에 옥탠트, 드립스, 기브스, 하이퍼서츠 같은 실험도 병렬로 진행 중임

## 깃코인과 쿼드라틱 펀딩은 ‘작은 다수’를 크게 본다

- 깃코인은 2017년 케빈 오워키가 시작했고, 처음에는 오픈소스 개발자에게 일감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가까웠음
  - 2018년 비탈릭 부테린, 조이 힛직, 글렌 와일이 발표한 리버럴 래디컬리즘 논문에서 쿼드라틱 펀딩 아이디어가 제안됨
  - 깃코인은 2019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하면서 공공재 펀딩 실험의 대표 사례가 됨

- QF의 감각은 단순함. 1명이 10달러를 내는 것보다 10명이 1달러씩 내는 쪽을 더 강한 신호로 보는 것
  - 매칭 풀에서 보조금이 배분될 때 총액보다 참여자 수에 훨씬 큰 가중치를 둠
  - 다수의 작은 합의가 소수의 큰 합의보다 더 공공재답다는 철학이 깔려 있음

- 숫자로 보면 꽤 커졌음
  - 2019년 첫 라운드(GR1)는 200명 기여자와 3만8000달러로 시작함
  - 누적으로는 37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6000만 달러 이상이 분배됨

- 하지만 약점도 명확함. 계정을 쪼개면 시스템을 속일 수 있음
  -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참여하는 시빌 공격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됨
  - 소수가 서로 짜고 매칭 풀을 뽑아내는 결탁 문제도 생김
  - 깃코인 여권, 페어와이즈 매칭, COCM 같은 보완책이 쌓였지만 본질적 취약성은 남아 있음

## 옵티미즘 레트로PGF는 ‘이미 만든 가치’를 나중에 보상한다

- QF가 미래의 가능성에 돈을 대는 방식이라면, 옵티미즘의 레트로PGF는 반대 방향임
  - 이미 만들어진 가치가 무엇인지 사후에 평가해서 보상함
  - 비탈릭의 표현처럼 “무엇이 유용했는지는 무엇이 유용할지보다 합의하기 쉽다”는 아이디어임

- 옵티미즘은 꽤 큰 규모로 이 실험을 밀었음
  - 전체 OP 토큰 공급의 20%, 즉 8억5000만 OP를 공공재 펀딩에 책정함
  - 2023년 10월 레트로PGF 3라운드에서는 501명의 기여자에게 3000만 OP가 분배됨
  - 2024년에는 3개 라운드에 걸쳐 400명 이상에게 2000만 OP가 흘러감

- 평가자는 거버넌스가 선정한 뱃지홀더들임
  - 여기서 바로 가시성 편향 문제가 생김
  - 보고서나 프론트엔드처럼 눈에 보이는 작업은 후하게 평가받기 쉽고,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나 인프라 유지보수처럼 깊지만 안 보이는 작업은 덜 받기 쉬움
  - 옵티미즘은 2025년부터 연 1회 라운드 대신 상시 보상과 메트릭 기반 평가로 전환 중임

## 프로토콜 길드는 좁지만 가장 선명한 실험이다

- 프로토콜 길드는 이더리움 레이어1 코어 기여자를 대상으로 한 펀딩 모델임
  - 2022년 5월, 111명의 코어 기여자로 시작함
  - 평가 위원회도, 매칭 풀도 두지 않음
  - 기여자 명단 자체를 기여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함

- 참여 기준도 비교적 명확함
  - 6개월 이상 이더리움 코어에 기여한 사람이 동료 평가를 통해 추가됨
  - 기부금은 시간 가중치와 풀타임·파트타임 상태에 따라 4년에 걸쳐 온체인 베스팅으로 분배됨

- 돈의 규모도 작지 않음
  - 아이겐레이어, 이더파이, 타이코, 푸퍼 같은 프로젝트들이 토큰 공급량의 1%를 기부하는 1% Pledge가 사회적 규범처럼 자리 잡음
  - 반에크는 자사 이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수익의 10%를 기부하기로 함
  - 2025년 기준 누적 1억 달러 이상이 모였고, 190여 명에게 3300만 달러 이상이 분배됨

> [!IMPORTANT]
> 2025년 9월 자체 보고서 기준,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들은 시장 대비 50~60% 적게 받는다고 함. 프로토콜 길드 분배금은 그 격차를 메우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

## 펠로우십은 이미 유명한 사람만 돕지 않겠다는 장치다

- 이더리움 프로토콜 펠로우십(EPF)은 새 기여자를 생태계 안으로 들이는 프로그램임
  - 코어 프로토콜에 기여하려는 개발자에게 멘토십과 선발 시 월 단위 지원금을 제공함
  - 현직 코어 개발자와 클라이언트 연구개발 팀을 연결해 장기 기여자로 자리 잡게 돕는 게 핵심임

- 결과물은 이더리움 주요 행사에서 발표됨
  - 각 기수는 EthCC, Devconnect 같은 무대에서 작업을 공유함
  - 신흥 경제권에 초점을 둔 Next Billion Fellowship, 이더리움 학술 연구를 지원하는 PhD 펠로우십도 함께 언급됨

- 펠로우십 모델의 포인트는 돈만 주는 게 아님
  - 가시성이 낮은 곳의 기여자를 발굴함
  - 멘토와 팀, 무대에 연결해서 생태계 진입 장벽을 낮춤

## 아직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다

- 이더리움의 공공재 펀딩은 분명 전통 오픈소스 펀딩이 닿지 못한 영역까지 돈을 보냈음
  - 1% Pledge처럼 사회적 규범을 새로 만든 사례도 있음
  - 메커니즘을 코드로 명시하고 온체인에 두는 것 자체도 기존 재단 중심 모델과 다른 변화임

- 그래도 해결 못 한 문제가 더 많음
  - 대부분의 실험은 한 번의 시장 사이클 동안만 검증됨
  - 약세장에서도 같은 규모와 관심이 유지될지는 아직 모름
  - QF의 시빌 문제, 레트로PGF의 측정 문제는 계속 남아 있음

- 결론은 꽤 냉정함. 디지털자산 네이티브 펀딩은 전통 오픈소스 펀딩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임
  - 이더리움 외부의 오픈소스 생태계는 여전히 리눅스 재단과 기업 후원 위에서 굴러감
  - 다만 “누가 중요한 인프라 노동에 돈을 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더리움은 꽤 큰 규모의 실험 데이터를 남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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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맥락

- 이 글에서 중요한 기술적 선택은 펀딩 규칙을 말로만 정하지 않고 메커니즘으로 만든 거예요. 쿼드라틱 펀딩은 참여자 수를 수식으로 반영하고, 레트로PGF는 사후 평가 라운드로 보상을 집행하고, 프로토콜 길드는 온체인 베스팅으로 분배를 고정하거든요.

- QF가 참여자 수를 크게 보는 이유는 공공재의 가치를 소수 큰손보다 다수 사용자의 신호로 잡고 싶어서예요.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시빌 공격에 취약해져요.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쪼개지면 ‘다수의 지지’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 레트로PGF는 예측보다 사후 평가가 쉽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요. 이미 만들어진 도구, 문서, 인프라가 실제로 생태계에 기여했는지를 보고 보상하자는 건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백엔드성 작업을 어떻게 측정하느냐예요.

- 프로토콜 길드는 범위를 좁혀서 이 문제를 다뤄요. 이더리움 레이어1 코어 기여자라는 비교적 명확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동료 평가와 시간 가중치를 써서 보상 대상을 관리해요. 범용 공공재 펀딩보다 덜 화려하지만 운영 기준은 더 선명해요.

- 그래서 이더리움의 실험은 오픈소스 전체를 한 번에 구하는 만능 해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펀딩 모델의 장단점을 실제 돈과 사람 위에서 테스트하는 실험장에 가까워요.

## 핵심 포인트

- 하트블리드는 핵심 오픈소스 인프라가 거의 무급으로 유지되던 현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 깃코인은 다수의 작은 기여를 크게 반영하는 쿼드라틱 펀딩을 도입했지만 시빌 공격과 결탁 문제가 남았다
- 옵티미즘 레트로PGF는 이미 만든 가치를 사후 보상하지만 가시성 편향과 측정 문제가 있다
- 프로토콜 길드는 이더리움 코어 기여자를 동료 평가로 관리하고 온체인 베스팅으로 보상한다

## 인사이트

이 글은 블록체인 미담이 아니라 ‘누가 인프라 노동의 가치를 정하느냐’에 대한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 한국 개발자에게도 오픈소스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펀딩 메커니즘은 더 이상 남의 생태계 실험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