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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들은 왜 화장실도 만들고 반도체 장비 부품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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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전혀 다른 사업을 많이 하는 이유를 Toto, Kyocera, Yamaha, Hitachi 같은 사례로 풀어낸 글임. 핵심 설명은 일본식 기업이 평생고용, 내부자 중심 지배구조, 수평적 조정, 장기 재투자라는 하나의 조직 번들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임. 이 구조는 반도체 소재·정밀 제조처럼 오랜 개선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플랫폼·AI 같은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는 약하다는 분석임.

  • 1

    Toto는 변기 회사로 유명하지만 AI 메모리 제조에 필요한 정전척(e-chuck) 사업이 2026년에 핵심 수익원이 됨

  • 2

    일본 기업의 다각화는 무작위 확장이 아니라 평생고용과 장기 생존을 전제로 한 조직 구조의 결과로 설명됨

  • 3

    Aoki의 J-firm 모델은 수평적 정보 흐름, 직무 순환, 장기 고용, 내부자 지배구조가 서로 맞물린 번들로 작동함

  • 4

    이 구조는 자동차, 공작기계, 로봇, 광학, 정밀 소재처럼 점진적 개선이 중요한 분야에 강함

  • 5

    반대로 소프트웨어, 인터넷 플랫폼, AI, 전기차처럼 제품 범주를 새로 정의하는 분야에는 약점이 큼

변기 회사 Toto가 AI 반도체 수혜주가 된 이상한 이야기

  • Toto는 원래 변기와 비데로 유명한 회사임

    • 일본 가정의 80%가 Toto 비데 화장실을 쓸 정도로 본진에서는 압도적임
    • 글로벌로도 변기와 비데 최대 제조사이고, 미국 공중화장실에서도 TOTO 로고를 꽤 볼 수 있음
    • 그런데 2026년 Toto 주가가 연초 대비 60% 올랐고,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0% 증가함
  • 이 급등의 핵심은 화장실이 아니라 반도체 공정 부품임

    • Toto는 1988년부터 첨단 세라믹 부문에서 정전척(electrostatic chuck, e-chuck)을 만들어왔음
    • 정전척은 실리콘 웨이퍼를 플라즈마 식각 중 완전히 평평하고 열적으로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고정밀 세라믹 판임
    • 입자 발생이 거의 없어야 하고 서브마이크론 평탄도로 연마해야 해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음
  • AI 붐이 이 조용한 사업을 갑자기 돈 버는 사업으로 바꿨음

    •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함
    • HBM 수요 증가는 메모리 칩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그 생산에는 정전척 같은 공정 부품이 필요함
    • 결과적으로 Toto의 첨단 세라믹 부문은 회사 최대 사업이자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내는 사업이 됨

ℹ️참고

> “변기 회사가 AI 반도체 공급망 수혜주”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일본 제조업의 다각화 구조를 보면 오히려 꽤 전형적인 사례에 가까움.

일본 회사들은 원래 별걸 다 함

  • Toto만 특이한 게 아님

    • Kyocera는 세라믹 절연체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프린터, 스마트폰, 볼펜, 주방칼, 태양광 모듈, 렌즈 부품, 절삭 공구, 차량 카메라 모듈, 반도체 패키징, 인공 치아와 관절, 합성 보석까지 만듦
    • Sumitomo Osaka Cement는 이름처럼 시멘트와 레미콘을 만들지만, 광학 부품, 계측기, 산업용 세라믹, 인공 해양 암초, 화장품, 나노입자 소재도 만듦
    • Yamaha는 피아노와 오토바이뿐 아니라 보트, 스노모빌, 오디오, 골프채, 테니스 라켓, 반도체용 성형·접합 장비, 산업용 로봇까지 손댐
  •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제조사도 폭이 넓음

    • Hitachi는 원전, 전력망, 철도, 엘리베이터, 반도체 제조 장비, 의료 영상, 데이터 스토리지, IT 컨설팅, 산업기계를 다룸
    • Oji는 종이 회사지만 기저귀, 기능성 필름, 접착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목재 기반 EUV 포토레지스트, 호텔, 공항 케이터링, 콘서트홀, 보험 대리점까지 운영함
    • 미국식 관점에서는 “왜 이 회사가 이걸 하지?” 싶은 조합이 일본에서는 흔함
  • 중요한 건 그냥 문어발이 아니라, 꽤 잘한다는 점임

    • 인도 대기업 집단도 여러 사업을 하지만, 비교적 단순한 인프라·통신·철강·시멘트 중심인 경우가 많음
    • 일본은 부유하고 복잡한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이고, 다각화된 회사들이 고정밀 부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듦
    • 정전척처럼 사실상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고난도 입력재가 대표적임

설명의 열쇠는 “기업은 관행의 묶음”이라는 관점임

  • 원문은 Milgrom과 Roberts의 1990년 논문을 끌어옴

    • 과거 포드식 생산은 긴 조립라인, 표준화 제품, 큰 재고, 좁은 직무, 단일 목적 기계에 기반했음
    • 포스트 포드식 생산은 짧은 생산 런, 빠른 제품 전환, 적은 재고, 다기능 노동자, 유연한 장비, 공정 전반의 품질관리를 중시함
    • 이 변화들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는 게 핵심임
  • 관행 하나만 바꿔서는 효과가 잘 안 남

    • 예를 들어 작업자 훈련을 늘려 불량률을 95%에서 98%로 낮추면, 그제야 재고를 줄일 수 있음
    • 재고를 줄이면 더 자주 제품을 바꿔 생산할 수 있고, 그러면 유연한 장비 투자가 더 말이 됨
    • 즉 하나의 관행은 다른 관행과 같이 있을 때 가치가 커짐
  • 그래서 기업 조직은 “번들”로 봐야 함

    • 포드식 번들과 포스트 포드식 번들은 각각 내부 논리가 있음
    • 중간만 어설프게 바꾸면 전체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음
    • 일본 기업의 다각화도 단독 현상이 아니라 일본식 기업 번들의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게 글의 흐름임

일본식 기업은 미국식 기업과 목표 함수가 다름

  • 일본식 기업의 핵심은 평생고용임

    • 신입을 학교에서 바로 뽑고, 매년 4월 1일 같은 날 입사시키며, 은퇴할 때까지 데리고 가는 걸 전제로 함
    • 대규모 해고는 거의 없고, 위기 때도 협력사나 계열사로 자리를 찾아주는 식으로 버팀
    • 승진은 개인 성과보다 연공서열 비중이 크고, 보너스는 회사 성과와 연결됨
  • 지배구조도 외부 주주 중심이 아님

    • 이사회는 대체로 내부 고위 임원들로 구성됨
    • 지분 상당 부분은 다른 일본 기업이 상호 보유하고, 자금 조달은 주거래은행 중심으로 이뤄짐
    • 이익은 배당보다 재투자로 가는 경향이 강함
  • Aoki의 설명으로는 이게 J-firm 모델임

    • 미국·유럽식 H-firm은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생산 조직에 가깝고, 일본식 J-firm은 수평적 조정에 강함
    • 도요타의 안돈 코드가 대표 사례임. 작업자가 결함을 보면 라인을 멈추고, 가까운 작업자와 리더가 현장에서 해결함
    • 미국식 공장처럼 결함을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위로 올려 해결하는 방식과 다름
  • 하지만 안돈 코드만 베껴서는 안 됨

    • 작업자가 다른 공정 문제를 알아보려면 여러 직무를 돌아본 경험이 필요함
    • 여러 직무를 배우게 하려면 긴 훈련이 필요하고, 긴 훈련을 시키려면 오래 고용할 확신이 있어야 함
    • 오래 고용하고 직무를 돌릴 거면 개인별 단기 성과급보다 회사 성과와 연공 중심 보상이 더 맞음

중요

> 2007년 켄터키의 도요타 공장에서는 안돈 코드가 주당 2,000번 당겨졌지만, 미시간의 포드 공장에서는 주당 2번뿐이었다고 함. 도구가 아니라 조직 번들이 달랐다는 얘기임.

그래서 일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다각화함

  • 미국식 H-firm의 목표는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데 가까움

    • 반면 일본식 J-firm은 내부자와 직원 중심이고, 핵심 목표가 “계속 존재하는 것”에 가까움
    • 평생고용을 약속했다면 현재 사업이 흔들릴 때 직원을 둘 새 일을 만들어야 함
    • 그래서 수익을 배당으로 빼기보다 새로운 분야에 재투자하는 게 조직 논리와 잘 맞음
  • Nintendo와 Fujifilm이 좋은 예시임

    • Nintendo는 1889년 수제 화투 회사로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택시와 즉석밥 같은 사업도 시도하다가 결국 비디오게임으로 갔음
    • Fujifilm은 2000년대 사진 필름 시장 붕괴를 맞았지만, 화학 코팅과 광학 역량을 활용해 화장품, 제약, LCD 필름, 반도체 공정 소재로 옮겨감
    • 이건 “이익률 낮으면 접고 해고”가 아니라 “회사가 가진 사람과 지식을 다른 곳으로 밀어 넣어 생존”하는 방식임
  • 이 구조는 점진적 개선이 중요한 분야에서 강함

    • 자동차,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광학, 정밀 소재 같은 영역은 계속 작은 개선을 쌓아 품질을 올리는 게임임
    • 일본식 회사는 장기 자본, 넓게 훈련된 직원, 현장 개선 문화가 있어 이런 게임에 잘 맞음
    • 전후 일본의 추격 성장에도 이 구조가 크게 작동했고, 1946년부터 1986년까지 일본 1인당 실질 GDP는 10배 성장함

약점도 명확함: 새 판을 짜는 일에는 약함

  • J-firm은 기존 패러다임을 완성하는 데 강하지만, 새 패러다임을 정의하는 데는 약함

    • 합의 중심, 수평 조정 조직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음
    • 하지만 제품 범주 자체를 새로 상상해야 할 때는 강력한 중앙 의사결정과 급격한 방향 전환이 필요함
    • 그래서 일본은 소프트웨어, 인터넷 플랫폼, AI, 전기차 같은 영역에서는 존재감이 약함
  • Sony의 스마트폰 사례가 상징적임

    • 2000년대 Sony는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소형 카메라, 모바일 디스플레이, 리튬이온 배터리 등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을 거의 다 잘 만들었음
    • 물질적 역량만 보면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잘 만들 수 있어 보였음
    • 하지만 실제로 제품 카테고리를 재정의한 건 애플이었고, 애플은 강력한 톱다운 리더십이 가능한 미국식 H-firm에 가까웠음
  • 일본식 번들은 바꾸기도 어려움

    • 1990년대 Fujitsu 등은 미국식 성과급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려 했지만 실패함
    • 개인 성과 측정이 들어오자 팀 협력이 깨지고, 선임 엔지니어가 후배를 멘토링할 유인이 줄었음
    • 결국 2001년 Fujitsu는 성과급 실험을 접었고, 이는 일본식 번들에 어울리지 않는 관행을 끼워 넣은 사례가 됨

AI 시대에 일본 제조업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

  • 미국식 시스템은 창업, 소프트웨어, 프론티어 탐색에 강함

    • 빠른 실험, 자본시장, 창업자 중심 의사결정, 큰 리스크 감수가 잘 작동함
    • 인터넷 플랫폼과 AI 모델 회사는 이런 구조에서 많이 나옴
    • 하지만 실제 AI 인프라는 GPU, 메모리, 소재, 장비, 고정밀 부품 위에서 돌아감
  • 그 뒤편에는 일본식 장기 제조 역량이 필요함

    • Toto의 정전척, Kyocera의 세라믹, Oji의 EUV 포토레지스트 같은 부품은 단기간에 스타트업식으로 복제하기 어려움
    • 수십 년 동안 쌓인 공정 지식, 장기 고용, 현장 개선, 환자 같은 자본 투입이 만들어낸 결과임
    • AI 붐이 커질수록 이런 비창업적이고 느린 제조 역량의 가치가 다시 보이는 중임
  • 결론은 “일본 기업은 이상하게 문어발이라서 웃기다”가 아님

    • 조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르고, 잘하는 게임도 다름
    • 미국식 기업은 새 판을 만드는 데 강하고, 일본식 기업은 어려운 제조 공정을 오래 개선하는 데 강함
    • AI와 반도체 공급망은 결국 이 두 종류의 시스템이 같이 있어야 굴러간다는 게 원문의 큰 주장임

기술 맥락

  • 이 글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한 선택은 일본 기업들이 정밀 제조 역량을 한 사업에만 묶어두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왜냐하면 평생고용과 장기 생존을 전제로 하면, 기존 사업이 흔들릴 때 내부 인력과 공정 지식을 다른 분야로 옮겨야 하거든요.

  • Toto의 정전척 사례가 좋은 이유는 반도체 공급망이 생각보다 넓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AI 데이터센터가 HBM을 원하면 메모리 칩 생산이 늘고, 그 생산에는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세라믹 부품이 필요해요. 모델 회사만 봐서는 이 연결이 잘 안 보이죠.

  • J-firm 모델은 단순히 “일본 회사 문화” 얘기가 아니에요. 직무 순환, 평생고용, 내부자 중심 이사회, 낮은 배당, 현장 개선이 서로 맞물려야 수평 조정이 작동해요. 안돈 코드만 도입한다고 도요타식 품질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 개발자에게도 이 관점은 꽤 쓸모 있어요. 어떤 조직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잘 만드는지, 어떤 조직이 반도체 소재나 제조 장비를 잘 만드는지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인센티브에 달려 있거든요. AI 시대 공급망을 볼 때 회사의 제품만큼 조직 형태도 같이 봐야 해요.

반도체 공급망을 보면 미국식 스타트업·플랫폼 모델만으로는 안 풀리는 부분이 많음. AI 붐의 뒤편에서 일본식 장기 제조 역량이 다시 중요해지는 맥락이라, 개발자도 공급망과 조직 구조를 같이 봐야 할 뉴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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