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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어 64에서 돌려본 전문가 시스템 X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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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코모도어 64용 전문가 시스템 XPER를 직접 사용해 날씨 예측기를 만들어본 레트로 컴퓨팅 체험기. 80년대 AI 붐, 일본 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최초의 AI 실직 사례 등 역사적 맥락과 함께 전문가 시스템의 한계와 교훈을 다룸.

  • 1

    XPER는 객체/특성/속성의 2D 프레임 구조로, 퍼지 값이나 추론 기능 없이 250개 객체와 50개 특성만 지원

  • 2

    날씨 예측기 실험 결과 비 오는 날과 안 오는 날의 유일한 차이점은 비가 왔다는 사실뿐

  • 3

    캠벨 수프의 알도 치미노가 43년 경험을 플로피에 옮긴 최초의 AI 실직 사례

  • 4

    80년대 병렬 컴퓨팅 실패가 오늘날 GPU 병렬 처리로 부활

1980년대 AI 붐과 전문가 시스템

  • 1984년 게리 킬달이 "5세대 컴퓨팅"과 전문가 시스템을 소개하며 "컴퓨팅의 양자 도약"이라 극찬했는데, 불과 1년 뒤엔 "요즘 AI 갖다 붙이면 뭐든 잘 팔리니까 다들 AI 딱지 붙이는 거"라며 완전 식어버림
  • 드레퓌스 박사는 "전문가 시스템"이 아니라 "유능한 시스템"이라 불러야 한다고 지적함. 규칙 기반 접근법은 전문성의 85%까지만 도달 가능하고, 나머지 15%는 인간의 직관 영역이라는 주장
  • 일본의 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1982~1992)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AI 이니셔티브였음. 스푸트니크 쇼크에 비견될 정도로 미국에 충격을 줬고, 전문가 시스템이 당시 "실용적 AI"의 대표 주자였음

XPER: 코모도어 64 위의 전문가 시스템

  • XPER는 자크 레브 박사가 만든 범용 전문가 시스템으로, 원래 버섯 분류학용이었음. 64KB 메모리에서 전문 지식을 담겠다는 야심찬 시도
  • 지식을 객체(object), 특성(feature), 속성(attribute) 세 가지로 분해하는 구조임. 제한도 빡빡해서 객체 250개, 특성 50개, 속성 300개(특성당 최대 14개)가 한계
  • 퍼지 값도 없고, 가중 확률도 없고, 추론도 없고, 시계열 분석도 없음. 그냥 객체 x 속성의 평면적 2D 프레임이 전부임
  • UI도 상당히 불친절해서, "정말 계속하시겠습니까? y/n"이라는 모호한 프롬프트가 사실은 "데이터 전부 날리고 새로 시작할 건데 괜찮냐"는 뜻이었음. 사용자가 알아서 해석해야 하는 구조

날씨 예측기를 만들어보자

  • 글쓴이가 직접 XPER로 날씨 예측기를 만들어봄. open-meteo.com에서 2020/2022/2024년 11월 데이터를 수집해서 기압, 온도, 강수량, 토양 온도, 구름량, 상대습도 등을 입력
  • 시간별 기압 데이터 같은 연속형 데이터를 XPER에 넣으려면 "상승/변화없음/하락" 같은 이산값으로 미리 가공해야 함. 이 과정에서 정보 손실이 엄청남
  •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패턴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함. 바이젠바움의 경고가 떠오르는 대목: "비교적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짧게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정상인에게 강력한 망상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 최종 결과: 비 오는 날과 안 오는 날 사이에서 XPER가 찾아낸 유일한 차별점은... 비가 왔다는 사실 그 자체뿐이었음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최초의 인간

  • 1985년, 캠벨 수프의 알도 치미노는 43년간의 수프 살균기 문제해결 노하우를 플로피 디스크에 통째로 옮겨야 했음. 별명이 "디스크 위의 알도"
  • 알도 본인 왈, 컴퓨터는 "자기가 아는 것의 85%만 안다"고 함. 드레퓌스 박사가 말한 85%와 정확히 일치하는 게 묘함
  • 이 시스템도 약 10년 후 퇴역함. 원인은 "취약성(brittleness)" —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를 내뱉는 문제. 아무도 새 규칙을 가르치는 데 시간과 돈을 쓰려 하지 않았음

병렬 컴퓨팅의 역설적 유산

  • 이 시기에 커넥션 머신, 일본의 PIM 등 병렬 컴퓨팅에 대한 거대한 투자가 있었지만, 빠르고 저렴한 CPU의 등장에 밀려 사라짐
  • 그런데 2000년대에 하드웨어 한계에 다시 부딪히면서 멀티코어 CPU와 GPU 병렬 처리가 대세가 됨. 5세대 프로젝트의 꿈이 35년 뒤에야 현실이 된 셈

결론: 전문가 시스템의 진짜 교훈

  • XPER는 생산성 도구라기보다 장난감에 가까웠음. 버섯이나 고양이과 분류처럼 잘 정의된 분류 체계에는 쓸 만하지만, 날씨 예측 같은 건 무리
  • 진짜 작업은 데이터를 선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이었지, XPER 자체가 아니었음. 시스템은 데이터를 담는 그릇일 뿐, 전문가는 결국 사람의 몫
  • 1980년대 AI 붐의 과대광고와 현실의 괴리가 오늘날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음. "AI가 모든 걸 바꿀 것이다"라는 흥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음

1980년대 AI 과대광고와 현실의 괴리가 오늘날 LLM 붐과 놀랍도록 유사하며, 데이터 선정과 준비가 시스템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은 시대를 초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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