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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아무리 빨라도 못 따라잡는 것들 - '시간'이 곧 경쟁력인 이유

general 약 6분

Flask 개발자 Armin Ronacher가 AI 시대의 '속도 집착'에 대해 일침을 날림. 코드 생성이 아무리 빨라져도 신뢰, 커뮤니티, 진짜 품질은 결국 시간이 만들어낸다는 얘기. ㄹㅇ 공감되는 내용임.

  • 1

    속도가 미덕인 시대지만 컴플라이언스·신뢰·커뮤니티처럼 '마찰이 곧 목적'인 영역이 엄연히 존재함

  • 2

    AI로 시간 아껴봤자 경쟁이 즉시 그 시간을 잠식 — '시간 절약 도구'의 역설

  • 3

    오픈소스든 스타트업이든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건 결국 수년간 꾸준히 나타난 사람들이 만든 것들

  • 나무는 돈으로 못 삼: 50년 된 참나무는 아무리 돈 써도 단기간에 못 만듦 —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
  • 속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영역 존재: SOC2 같은 컴플라이언스, 쿨링오프 기간 등 '마찰(friction)'은 이유가 있어서 존재함
  • AI 바이브코딩의 그늘: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버리는 스타트업들, 고객한테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YC 배치 사례들 — 이건 건강한 반복이 아님
  • '시간 절약 도구'의 역설: AI로 시간 아껴봤자 경쟁이 그 시간을 즉시 먹어치움. 실제로 저자 본인도 AI 풀 온보딩 후 시간이 더 없어짐
  • 20년 오픈소스 유지보수의 교훈: 열정이 식은 날에도 계속 나타난 것, 그게 뿌리 깊은 프로젝트를 만든 진짜 비결

🌳 나무 얘기로 시작하는 이유

누군가 50년 전에 심어놓은 참나무 길, 그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지금 당장 복제가 불가능함.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음. 스위스 시계, 에르메스 백, 오래된 건물에 프리미엄을 내는 것도 다 그 안에 녹아있는 시간 때문임. 운전, 투표, 음주에 나이 제한 두는 것도 성숙함은 경험을 통해서만 온다는 걸 우리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

⚡ 근데 지금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중독됨

현세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랑 개발자들은 속도에 완전히 집착함. 빠른 이터레이션, 빠른 배포, 모든 걸 최대한 빠르게. 많은 경우엔 그게 맞음. 빠르게 가고, 품질 좀 희생하고, 배우면 됨.

근데 속도가 오히려 해가 되는 영역이 있음. 컴플라이언스가 딱 그 케이스임. SOC2 같은 프로세스가 요구하는 것들을 다 자동화해버리고 싶어하고, 이걸 턴키로 해결해주는 Delve 같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남.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쿨링오프 기간이 있는 이유"가 있음. 사람들이 자기가 뭘 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

🤖 AI가 만들어내는 '바이브 슬롭(Vibe Slop)'

AI가 코드 빠르게 짠다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님. 근데 우리는 이걸 더 밀어붙이고 있음 — 리뷰, 인프라 설계/설정, 파이프라인을 느리게 하는 모든 것까지 제거하고 싶어함. "기계가 이렇게 잘하는데 체크리스트나 권한 시스템이 왜 필요해?" 식으로.

그 결과, 오늘날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의 유통기한이 수십 년이 아닌 몇 달 단위로 줄어들고 있음. 작년 YC 배치에서 이미 배운 것도, 고객한테 작별 인사도 없이 그냥 공개 채널 닫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간 곳들이 여럿 있었음. 이건 건강한 이터레이션이 아님 — 고객과의 기본적인 신뢰를 깨버리는 것임. 제대로 된 서비스 종료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환경은 그걸 낭비로 봄.

오픈소스도 마찬가지임. 갑자기 모든 게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됐는데, 커밋이 일주일치밖에 없고 만든 사람 의욕 떨어지면 그냥 사라짐. 실험 정신으로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진짜 좋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만든 사람이 장기간 유지하거나, 승계 전략을 세우거나, 커뮤니티가 스스로 지속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함.

⏰ '시간 절약 도구'의 아이러니

저자는 시간을 절약해준다고 파는 것들에 점점 회의적이 되고 있음. AI랑 에이전틱 도구 완전히 도입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시간이 더 없어지는 함정에 빠지고 있음.

서로한테 시간 절약된다고 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 아낀 시간은 즉시 경쟁에게 먹힘. 숨 한번 고르는 사람은 빈 시간을 새로운 아웃풋으로 채우는 사람한테 밀려남. 그 시간을 저축할 방법 같은 건 없고, 그냥 사라짐.

저자 본인도 AI 경제 활동의 한가운데 있고, 의도적으로 여유를 만들려 해도 오히려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걸 체감함.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상품화되는 상황에서 진짜 품질을 만들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고.

🌱 결국 남는 건 시간이 만든 것들

저자는 20년 가까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유지보수해왔고, 마지막 스타트업에서 10년을 보냄. 특별히 자제력이 강해서가 아님. 누군가 무언가를 심었고, 그냥 계속 나타났고, 그러다 보니 그날그날의 열정보다 더 깊은 뿌리가 생긴 것.

50년 된 참나무를 대량생산할 수 없듯이, 신뢰, 품질, 커뮤니티도 주말 스프린트로 소환할 수 없음. 저자가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관계, 커뮤니티는 모두 몇 년에 걸쳐 그렇게 된 것들임. 아무리 빠른 도구도 그 과정을 단축시킬 수 없음.

Flask, Jinja2 만든 Armin Ronacher가 쓴 글이라 더 무게감 있음. 개발자 입장에서 AI 도구 제일 잘 쓰는 사람 중 하나가 '근데 이게 맞나?' 하고 멈춰서 생각한다는 게 ㄹㅇ 시사하는 바가 큼. 빠름의 끝에서 나온 '느림의 가치'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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