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피드

고기를 끊으라고 설득하는 대신, 고기보다 싼 대체 단백질을 만들자는 얘기

general 약 10분
vote
0
댓글
북마크

이 글은 축산과 어업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동물 희생 문제를 도덕 논쟁이 아니라 비용 곡선의 문제로 바라본다. 저자는 채식 설득보다 정밀 발효와 배양육 같은 기술이 더 현실적인 레버리지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밀 발효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고, 배양육은 가능성은 있지만 비용·규제·스케일업 벽이 아직 크다는 식으로 꽤 차분하게 짚는다.

  • 1

    2024년에 식용으로 도살된 육상동물은 약 878억 마리이고, 그중 닭이 약 760억 마리라는 숫자가 핵심 출발점이다.

  • 2

    야생 어류, 양식 어류, 갑각류, 곤충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죽는 척추동물과 갑각류가 대략 40억~80억 마리 규모로 커진다.

  • 3

    저자는 도덕적 설득만으로는 소비 패턴을 바꾸기 어렵고, 더 나은 선택지가 더 싸지고 맛있어질 때 대중이 움직인다고 본다.

  • 4

    정밀 발효는 이미 우유·달걀 단백질을 미생물로 만드는 방식으로 상용화되고 있지만, 배양육은 비용 하한과 규제 장벽 때문에 훨씬 불확실하다.

숫자가 너무 커서 오히려 감각이 마비되는 문제

  • 2024년에 식용으로 도살된 육상동물은 약 878억9672만9120마리였고, 그중 약 760억 마리가 닭이었음

    • 하루로 쪼개면 육상동물만 약 2억4000만 마리 수준임
    • 나머지는 오리, 돼지, 거위, 양, 염소, 칠면조, 소 순서로 이어짐
  • 그런데 이건 ‘작은 숫자’에 가깝다는 게 글의 시작부터 좀 세게 들어오는 포인트임

    • 육상동물은 마리 단위로 세지만, 물고기는 보통 무게 단위로 집계됨
    • 그래서 어획량을 평균 물고기 무게로 다시 나누면 야생 어류만 연간 약 1조1000억~2조2000억 마리로 추정됨
    • 양식 어류 약 1240억 마리, 양식 갑각류 약 2550억~6050억 마리, 양식 곤충 약 1조 마리까지 더하면 숫자가 거의 현실감이 없어짐
  • 저자는 그래서 전체 숫자보다 더 구체적인 사례 하나를 꺼냄. 달걀 산업의 수컷 병아리 문제임

    • 수컷 병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고, 산란계 품종은 고기로 키우기엔 성장 속도가 느림
    • 그래서 매년 약 65억 마리의 수컷 병아리가 부화 당일 분쇄되거나 가스로 죽임을 당함
    • 이건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달걀 생산 시스템에 수십 년간 내장된 ‘정상 공정’이라는 게 무서운 지점임

중요

> 글의 핵심은 “동물을 불쌍히 여기자”에서 끝나지 않음. 저자는 이 규모의 문제를 실제로 줄일 레버리지는 도덕적 설득보다 비용 구조에 있다고 봄.

도덕적 설득은 왜 별로 안 먹혔나

  • 저자는 본인이 약 22년간 비건 또는 채식주의자로 살아왔고, 젊을 때 도덕적 주장을 셀 수 없이 해봤다고 밝힘

    • 결론은 꽤 냉정함. 논쟁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전체 소비량은 안 줄었다는 것
    • 2024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약 3억6500만 톤이었고,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
  • 더 뼈아픈 부분은 증가를 이끄는 품목이 닭과 양식 어류라는 점임

    • 이 둘은 톤당 죽는 개체 수가 특히 많은 카테고리임
    • 즉 ‘고기 소비 증가’가 단순히 무게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개체 수 기준으로는 훨씬 큰 희생을 만든다는 얘기임
  • 저자의 주장은 사람들을 설득해 식습관을 바꾸는 게 레버리지가 아니라는 쪽으로 감

    • 대중은 대개 “닭의 생명과 내 저녁 메뉴”를 철학적으로 비교해서 닭을 고르는 게 아님
    • 그냥 대안이 더 비싸고, 맛이 별로고, 구하기 귀찮으니 기존 습관을 유지하는 쪽에 가까움
    • 반대로 대안이 더 싸고 맛있어지면, 도덕 논쟁 없이도 전환이 일어난다는 게 글의 핵심 논리임

그래서 기술 얘기가 나온다

  • 저자가 가장 현실적으로 보는 첫 번째 기술은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임

    • 효모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에 우유 단백질이나 달걀 단백질 유전자를 넣고, 그 미생물이 원하는 분자를 만들게 하는 방식임
    • 소나 닭 없이도 소와 닭이 만들던 ‘그 분자’를 생산하는 게 포인트임
    • 인슐린과 치즈 렌넷은 이미 이런 식으로 수십 년간 만들어져 왔고, 산업 기반도 꽤 성숙해 있음
  • 정밀 발효는 이미 “언젠가 될 기술”이 아니라 일부 시장에 올라온 기술로 소개됨

    • Perfect Day와 Remilk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발효 기반 유제품 단백질을 판매하고 있음
    • 아이스크림과 크림치즈처럼 실제 식품에 들어간 사례도 있음
    • 저자는 이걸 “사람들이 원하는 분자를 동물의 몸에서 분리해낼 수 있다”는 증거로 봄
  • 두 번째 기술은 배양육(Cultivated meat)인데, 여기서는 저자가 훨씬 조심스러움

    • 배양육은 동물의 근육과 지방 세포를 탱크에서 키워 실제 고기를 만드는 방식임
    •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 호주에서는 법적으로 판매가 가능해진 상태임
    • 2013년 첫 실험실 버거가 약 32만500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비용은 엄청나게 내려왔음
  • 다만 배양육 쪽은 “비용이 내려갔다”만으로 끝낼 수 없는 문제가 많음

    • 한 성장 배지 배합은 리터당 0.63달러까지 내려갔다고 하지만, 그 주변 공정 전체가 문제임
    • 이 분야 투자금은 2021년 약 13억 달러에서 2025년 약 7400만 달러로 급감했음
    • 미국 7개 주는 배양육 제품을 아예 금지했음

⚠️주의

> 배양육은 멋진 데모와 실제 원가 경쟁력 사이의 간격이 아직 큼. 저자는 “내년이나 다음 10년에 싼 배양 닭가슴살이 나온다”는 식의 낙관은 믿지 않는다고 선을 그음.

비용 곡선이 동물권보다 강할 수 있다는 주장

  • 저자가 그래도 낙관하는 이유는, 이 기술들이 동물만 없애는 게 아니라 시장이 이미 싫어하는 비용과 리스크도 같이 줄이기 때문임

    • 전 세계 항생제의 상당량은 사람에게 쓰이는 게 아니라 가축에게 먹임
    • 이 구조는 항생제 내성 문제의 큰 원인이고, 현 추세라면 항생제 내성은 암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협으로 거론됨
    • 깨끗한 탱크에서 자란 단백질은 이런 항생제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음
  • 전염병 리스크도 중요한 포인트임

    • 10만 마리 규모의 닭이 밀집된 축사는 다음 인플루엔자를 키우는 배양기처럼 작동할 수 있음
    • 반면 탱크 기반 생산은 동물 개체를 밀집 사육하는 구조 자체를 줄임
    • 토지, 물, 사료 투입량도 줄일 수 있다면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
  • 정부가 축산업 보호를 위해 배양육을 금지할 수는 있지만, 저자는 그게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봄

    • 이유는 간단함. 떨어지는 비용 곡선 앞에 정책 장벽을 세우는 건 장기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 중국만 해도 한 해 바이오제조(Biomanufacturing)에 약 5억55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언급됨
    • 이 정도면 단순한 취향 산업이 아니라 전략 산업으로 보는 돈의 흐름이 있다는 얘기임

결론은 꽤 냉정하지만 이상하게 희망적임

  • 이 글의 결론은 “사람들이 더 착해져야 한다”가 아님

    •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연민은 희소하고, 들쭉날쭉하고, 쉽게 다른 일에 빼앗긴다고 봄
    • 반면 가격 우위는 분기마다 누적되고, 국가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고, 동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먹힘
  • 저자는 세기의 큰 도덕적 개선이 더 싼 너겟과 더 좋은 분기 실적을 만들려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봄

    • 50년 동안 옳았던 비건들이 공로를 인정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태도임
    • 중요한 건 왜 멈췄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죽임이 멈췄는지라는 것
  • 개발자나 기술 업계 사람이 읽기에도 꽤 묘한 울림이 있음

    •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흔히 과장되지만, 이 글은 그 변화를 아주 차갑게 설명함
    • 인간의 양심을 패치하는 것보다, 기존 선택지를 디폴트에서 밀어낼 만큼 싸고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빠를 수 있다는 얘기임

기술 맥락

  • 정밀 발효가 이 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동물성 식품을 “동물 전체”가 아니라 “필요한 분자” 문제로 바꿔버리기 때문이에요. 우유 맛과 기능을 내는 단백질이 필요하다면, 꼭 소를 키울 필요 없이 미생물이 그 단백질을 만들게 할 수 있거든요.

  • 배양육은 접근이 더 야심 차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고 봐야 해요. 세포를 키워 진짜 근육과 지방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강력하지만, 성장 배지, 대형 배양 설비, 오염 관리, 에너지 비용까지 다 합치면 실험실 데모와 대량 생산 원가가 완전히 다른 문제가 돼요.

  • 저자가 비용 곡선을 강조하는 건 기술 확산이 보통 도덕적 동의보다 경제적 우위에서 더 세게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대체 단백질이 기존 닭고기보다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소비자는 윤리 토론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갈아탈 수 있어요.

  • 이 흐름은 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제조 산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해요. 단백질을 농장보다 탱크에서 만드는 쪽이 항생제, 전염병, 토지, 물 같은 제약을 줄인다면,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윤리 말고도 충분해지는 거죠.

개발자 입장에선 이 글이 단순한 동물권 에세이라기보다 기술 확산의 냉정한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시장을 바꾸는 건 종종 ‘사람들이 옳아져서’가 아니라, 더 싸고 좋은 대안이 인프라처럼 깔릴 때라는 얘기다.

댓글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general

폰을 못 내려놓게 만드는 설계, 림빅 자본주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림빅 자본주의는 감정, 보상, 충동을 담당하는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를 겨냥해 소비와 사용 시간을 늘리는 시스템을 뜻한다. 소셜 미디어의 무한 스크롤, 넷플릭스 자동 재생, 쇼핑 앱의 긴급 알림, 데이팅 앱의 스와이프가 전부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general

개인 블로그 5천 개를 투표로 정렬하는 커뮤니티 피드, 버블스

버블스는 독립 개인 블로그 5,035개를 한 화면에 모아 투표와 최신성 기준으로 정렬하는 커뮤니티형 피드다. 기술 글뿐 아니라 문화, 글쓰기, 생활, 예술 같은 카테고리까지 섞여 있어, 알고리즘 추천보다 사람이 고른 웹을 다시 보자는 흐름에 가깝다.

general

휴대 가능한 분리형 인체공학 키보드, 모에르고 Go60 실사용 리뷰

모에르고 Go60은 60키 분리형 인체공학 키보드로, 휴대성을 핵심 목표로 잡은 제품이다. 컬럼형 배열, 로우프로파일 스위치, 내장 트랙패드 2개, 6.2도에서 17도까지 조절되는 텐팅, 블루투스와 유선 모드를 함께 제공한다. 리뷰어는 트랙패드는 아쉽지만, 휴대성·빌드·타건감·ZMK 커스터마이징 때문에 4~5주 동안 데일리로 쓰게 됐다고 평가한다.

general

마이크로소프트, 새 양자 칩 마요라나 2가 전작보다 1,000배 안정적이라고 주장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양자 칩 마요라나 2의 큐비트가 평균 20초 동안 유지된다며, 전작 대비 1,000배 신뢰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칩은 큐비트 12개 수준이고, 상업적으로 쓸 만한 양자 컴퓨터에는 수백만 개 큐비트가 필요해서 갈 길은 아직 멀다. 핵심 논문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과거 마요라나 입자 관련 논문 철회 이력 때문에 과학계는 검증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general

미국 정부의 기후 연구센터 슈퍼컴퓨터 회수 시도, 법원에서 일단 제동

미국 정부가 기후·대기 연구 핵심 기관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와이오밍 슈퍼컴퓨팅 시설을 다른 운영자에게 넘기려 했지만, 법원이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판사는 정부가 공론 절차를 끝내기도 전에 결론을 정해둔 정황이 있고, 결정 근거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