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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내기/복사/붙여넣기를 만든 사람, Larry Tesler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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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rl-X/C/V의 발명자 Larry Tesler(1945-2020) 부고. Xerox PARC에서 모드리스 편집기를 개발하고, Steve Jobs에게 GUI를 시연해 Mac 탄생에 영감을 줬으며, Apple Newton 프로젝트에서 ARM 프로세서 상용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임.

  • 1

    Xerox PARC에서 모드리스 워드프로세서 Gypsy 개발, 잘라내기/복사/붙여넣기(Ctrl-X/C/V) 이름과 단축키를 정의해 보편화시킴

  • 2

    PARC의 GUI를 Steve Jobs에게 시연 → Apple Lisa/Macintosh 개발에 직접적 영감을 줌

  • 3

    Newton 프로젝트에서 ARM 프로세서를 발굴, Acorn·VLSI와 3자 합작으로 ARM Ltd 설립(1990). ARM Holdings 이사 2004년까지

  • 4

    Newton은 실패했지만 ARM은 오늘날 전 세계 스마트폰·태블릿의 절대다수를 구동하는 프로세서로 성장함

  • 5

    Stagecast 벤처 실패로 큰 손실, 이후 Amazon·Yahoo·23andMe 등에서 UX 컨설팅. 업계에서 겸손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됨

컴퓨터에서 Ctrl-X, Ctrl-C, Ctrl-V를 쓸 때마다 빚지고 있는 사람이 있음. Larry Tesler, 2020년 74세로 세상을 떠남. Guardian에 실린 부고를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봄.

모드 없는 세상을 꿈꾸다

  • 1973년 Xerox PARC에 입사해서 Tim Mott와 함께 "Gypsy"라는 모드리스(modeless)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함
  • 당시 소프트웨어는 삽입 모드(I키), 교체 모드(R키) 등 모드 전환이 필수였는데, Tesler는 비전문가 사용자가 모드를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연구로 밝혀냄
  • 그래서 모드를 없애는 데 인생을 걸었음 — 차 번호판이 "Nomodes", 웹사이트도 nomodes.com
  • 잘라내기/복사/붙여넣기의 기본 기능 자체를 발명한 건 아니지만, 이름과 단축키 조합(Ctrl-X/C/V)을 정의하고 모드 없는 체계로 보편화시킨 것이 그의 업적임

Steve Jobs에게 GUI를 보여준 순간

  • Xerox PARC는 GUI, 아이콘, 마우스, 레이저 프린터, 이더넷 등 현대 컴퓨팅의 핵심을 만들어놓고도 상용화에 실패함
  • Tesler가 Apple의 Steve Jobs에게 PARC의 GUI를 시연했는데, Jobs와 팀이 너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 감명받음
  • 결국 Tesler 본인이 PARC를 떠나 Apple에 합류하기로 결정함 — 1980년부터 1997년까지 재직하며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까지 올라감
  • 이 시연이 Apple Lisa와 Macintosh 개발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함

ARM 프로세서 상용화의 숨은 공로자

  • 1990년 Apple의 Newton 프로젝트를 맡게 됨 — 펜 입력 기반 PDA로 "차세대 빅씽"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음
  • 그런데 Newton은 너무 크고, 너무 느리고, 너무 비싸고, 완성될 기미도 안 보이는 상태였음
  • Tesler는 강력하면서도 저렴하고 배터리 효율이 좋은 프로세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영국 Acorn이 개발한 ARM 프로세서를 찾아냄
  • Apple이 소규모 영국 회사에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Acorn, VLSI Technology와 함께 3자 합작회사 ARM Ltd를 설립함 (1990년)
  • Tesler는 ARM Ltd 창립 이사였고, ARM Holdings plc 이사직을 2004년까지 유지함
  • Newton 자체는 1997년 Jobs가 복귀하면서 죽였지만, ARM은 오늘날 전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절대다수를 구동하는 프로세서가 됨

빛과 그림자

  • Apple에서 마지막 임무는 ATG(Advanced Technology Group)를 해체하고 회사가 감당 못 하는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것이었음
  • 그 과정에서 교육용 프로그래밍 도구 Stagecast Creator를 벤처로 분사시켰는데, 본인이 거액을 투자하고 사장직까지 맡았으나 실패해서 큰 돈을 잃음
  • 이후 Amazon, Yahoo, 23andMe 등에서 UX/인터페이스 디자인 컨설팅을 하며 "반은퇴" 컨설턴트로 활동함

시작과 끝

  • 뉴욕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재학 시절 소수 생성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선생님이 "이건 컴퓨터로 돌릴 수 있다"고 알려줘서 IBM 650 메인프레임을 처음 접함
  • Stanford에서 수학 학위를 받은 뒤 Stanford AI Lab에서 Doug Engelbart(마우스 발명자)와 함께 일함
  • 한때 컨설팅 사업이 불황으로 망하자 오리건주 시골 코뮌에서 생활하기도 함
  • 업계에서 "소리 지르는 게 기업가 정신으로 통하던 시절에, 겸손하고 한결같이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됨
  • Guardian 기자가 회고하기를, Tesler는 리무진도 안 타고, 수행원도 안 데리고, 약속 시간에 맞춰 혼자 와서 구내식당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갔다고 함

한 사람이 잘라내기/붙여넣기, GUI 대중화, ARM 상용화에 모두 관여했다는 게 놀라움. 특히 Newton이라는 실패한 제품에서 ARM이라는 역사적 성공이 나온 것은 기술사의 아이러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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