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피드

유럽의 ‘기술 주권’ 딜레마, 중국 없이 독립은 어렵다

general 약 5분
vote
0
댓글
북마크

유럽연합이 반도체, 인공지능, 클라우드, 오픈소스에서 기술 주권을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유럽 대표 기업들은 너무 이상적으로 가면 산업 현실과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에이에스엠엘 같은 핵심 기업도 중국 공급망과 시장을 완전히 끊는 건 불가능하다는 쪽에 가깝다.

  • 1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려 함

  • 2

    네덜란드는 세계 칩의 85%가 자국 반도체 장비를 거친다는 점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함

  • 3

    중국 진출 유럽 기업의 약 70%는 중국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 중이고, 철수·대체 생산기지 구축은 7%에 그침

  • 유럽연합이 ‘기술 주권’을 다시 세게 밀고 있음

    • 6월 3일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유럽 기술 주권 패키지’를 발표함
    • 목표는 미국 기술과 중국 공급망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유럽 자체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임
  • 그런데 유럽 대표 기술 기업인 에이에스엠엘(ASML)은 살짝 다른 소리를 냄

    •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는 유럽연합의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전략 프로젝트가 “산업계의 필요에 맞아야 한다”고 못 박음
    • 쉽게 말하면 “브뤼셀이 멋진 그림을 그리는 건 좋은데, 실제로 돈 벌고 공장 돌리는 기업 현실도 보라”는 얘기임
  • 유럽이 기술 독립을 고민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님

    • 2020년 ‘유럽을 위한 새로운 산업 전략’에서 이미 녹색 전환, 디지털 전환, 공급망 다변화, 전략 물자 확보를 내세움
    • 2023년 핵심원자재법(CRMA)에서는 17개 핵심 원자재를 지정하고, 2030년까지 특정 역외 국가 의존도를 65% 아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움
  • 반도체 쪽 목표도 꽤 공격적임

    • 유럽의 세계 반도체 생산 용량 비중은 현재 10%에도 못 미침
    • 유럽연합은 이를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려 함
    • 그래서 반도체법과 ‘유럽을 위한 칩 이니셔티브’로 연구·개발 지원을 시작함
  • 숫자만 보면 유럽 안에서도 반도체 생산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 커 보임

    • 2023년 기준 유럽연합 회원국 반도체 생산액 비중은 이탈리아 33.5%, 프랑스 30.9%, 독일 21.7% 순임
    •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진짜 핵심 위치는 네덜란드가 쥐고 있음
  • 네덜란드가 중요한 이유는 장비, 설계, 패키징에서 존재감이 미쳤기 때문임

    • 에이에스엠엘은 칩 장비 제조, 에이에스엠(ASM)인터내셔널은 칩 설계, 베시(BESI)는 패키징에서 강자임
    • 세계 칩의 85%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를 이용해 설계·개발·생산된다는 대목이 핵심임
  • 그래서 네덜란드는 유럽 기술 주권 논의에서도 자기 계산이 따로 있음

    • 지난해 3월 네덜란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과 유럽 반도체 연합을 만듦
    • 겉으로는 유럽의 글로벌 가치사슬 위상을 높이자는 흐름이지만, 네덜란드의 1순위는 자국 기업 경쟁력 방어에 가까움
  • 문제는 중국을 끊고 싶어도 못 끊는다는 점임

    • 유럽연합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싶고, 미국도 중국과 거리 두라고 압박함
    • 하지만 첨단기술 공급망과 핵심 원자재 상당 부분을 중국이 잡고 있어서, 기업 입장에선 “그럼 대체 어디서 구하냐”가 바로 튀어나옴
  • 유럽 대표 기업들도 ‘실용주의’를 들고 나옴

    • 5월 에어버스, 에이에스엠엘, 에릭슨, 미스트랄, 노키아, 에스에이피(SAP), 지멘스가 공동 입장을 냄
    • 유럽 파트너십을 우선하겠지만, 역외의 가장 좋은 해법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힘
    • 이건 “유럽산만 쓰자”가 아니라 “유럽산이 좋으면 쓰고, 아니면 바깥 것도 써야 한다”는 꽤 현실적인 선언임
  • 중국에 있는 유럽 기업들도 말보다 행동이 더 솔직함

    • 중국의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중국 진출 유럽 기업 약 300곳을 조사했더니, 70% 가까이가 중국 사업을 유지하거나 늘린다고 답함
    • 중국 밖으로 공장을 빼거나 대체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응답은 7%에 그침
  • 이유는 단순히 인건비가 싸서만이 아님

    • 한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중국이 원래 인건비도 낮았지만, 이제는 자동화 때문에 그 차이조차 덜 중요해졌다고 설명함
    • 더 큰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가전 같은 산업에서 중국 기반 공급망 안에 들어가 있어야 경쟁이 된다는 점임
  • 결론은 좀 씁쓸함

    • 유럽은 미국의 기술 패권에도, 중국의 공급망 장악에도 휘둘리고 싶지 않음
    •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같은 거대한 경제권을 완전히 빼고 새 판을 짜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함
    • 기술 주권은 필요한데, 완전한 독립은 안 되는 이 모순이 지금 유럽의 진짜 딜레마임

유럽의 기술 주권 논의는 멋있게 들리지만, 실제 기업 입장에선 ‘중국을 빼고 공급망을 다시 짜라’는 말이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한국 기업도 반도체·배터리·클라우드에서 비슷한 압박을 받는 만큼 남의 얘기로 보기 어렵다.

댓글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general

AI 시대엔 국가가 생산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정책실장의 주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를 기술 혁명이 아니라 생산 혁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경쟁의 핵심이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전력망, 산업부지, 공급망, 복지까지 포함한 생산체계 조직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general

김용범 정책실장 “AI 경쟁은 알고리즘보다 생산체계 싸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를 단순 기술혁명이 아니라 생산혁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어. 기업은 AI를 만들 수 있지만 전력망, 산업부지, 공급망, 인재 재생산 같은 생산 플랫폼을 조직하는 건 국가의 역할이라는 메시지야.

general

월가가 주목한 AI 반도체 7인방, ‘돈 쓰는 빅테크’보다 ‘돈 버는 공급망’

매일경제는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기존 매그니피센트7이 주춤한 사이 마이크론, 샌디스크, AMD 같은 AI 반도체 수혜주가 강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이 흐름을 파라볼릭7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보고 있으며, AI 투자 수혜가 빅테크에서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 기업으로 확산된다는 관점이다.

general

AI 붐인데 청년 IT 고용은 줄었다…20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10.1% 감소

한국 고용보험 통계에서 30세 미만 가입자가 1년 전보다 6만5천명 줄었고,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감소가 두드러졌다. 특히 20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0.1%, 작가·통번역가는 20.6%, 회계·경리 사무원은 11.5% 줄어 AI가 초급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eneral

회의가 망하는 이유, 사람이 아니라 회의실 공기일 수도 있음

닫힌 회의실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전략 판단, 계획, 압박 상황에서의 정보 활용 능력이 실제로 떨어질 수 있다는 글이다. 저자는 휴대용 CO2 측정기로 회의실과 사무실, 재택 근무 공간을 재보며 1,000ppm은 꽤 빨리 넘고 2,000ppm대도 흔하다고 지적한다.